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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l St.를 간 날이었다
우리가 가 있었던 동안은 계속 비가 내리고 날씨도 너무 추워서
내내 고민하다가 아주 두꺼운 후드점퍼를 한개 결국은 사게 될 정도였다
흐리고 비오고 추운, 왠지 상상이 잘 안되는 뉴욕의 날씨.
Battery Park이라고 근처에 있는 공원에 있는 전철역에서 내렸다. 아침 10시.
거기서는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다.
날씨 덕인지, 내내 심하게 걸어다닌 일정 덕인지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배까지 타고 어딘 가를 갈 의지는
전혀 없었다.
멀리 보이는 그녀를 배경삼아 현진이만 귀여운 사진을 찍었다.
나는 그마저 하지 않았다.
너무 추웠기 때문에.
Wall St.은 생각보다 예쁜 곳이었다.
가장 오래된 뉴욕의 모습이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길거리도 나름 깨끗했다, 다른 뉴욕에 비하면.
솔직히 말하면,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으로 가본 Wall St.가 관광객으로서였음이
나를 조금 불편하게 했다.
미국 회사 다니면서 내가 제일 해보고 싶은게 딱 한 개,
정말 딱 한 개 있었는데
그건 회사돈으로 뉴욕 트레이닝을 가는 거였다.
보통 대학을 갓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들어가면
2달 동안인 애널리스트 트레이닝엘 간다.
대학 갓 졸업하자마자 하는 이 트레이닝엘 못간 사람을 위해서
처음 몇 한 2년 동안은 여전히 이 트레이닝엘 갈 수 있다.
그리고 나서 회사에 몇 년 다닌 사람들은 대부분 승진을 하거나 할때
1-2주 짜리 짧아진 트레이닝을 간다
말이 트레이닝이지, 사실 가면 미친듯이 놀기 바쁘댔다, 그리고 무지 재밌단다.
난 작년에 2달의 애널리스트 트레이닝엘 갈 수 있었고
올해는 1주 어소시에잇 트레이닝엘 갈 수 있었다
작년에는, 정말로 정말로 바보같이, 바쁘다는 핑계로 여길 안 갔고
(사실 바쁘지도 않았다, 상무님 한분이, 참고로 xx는 바빠서 올해 트레이닝 안가기로 했다 하는 바람에)
올해는 회사를 그만 둔 다음주에 트레이닝이 시작하는 바람에 못 갔다.
정말 제일 후회 하는 것이 작년에 2달 트레이닝 못 간 것인데
그 이후로 나의 삶의 신조가 바뀌었을 정도다
(길게 못 볼 사람의 이기적인 발언은 경청하지 말고 나 하고싶은대로 하기)
여튼 나는 제일 처음으로 Wall St.에 와본 게
나의 경제적 수고에 의해서이고
나는 관광객, 저들은 그 관광객들이 이곳을 보러 오게 되는 목적, 이라는 사실에
자존심이 조금 상한다, 아직도 허영기는 다 버리지 못했다.
너무 추워서 공원에서 나오자 마자 사실 Wall St.보기도 전에
밥부터 먹으러 갔다.
호텔에서 간단하게 먹고 나온 아침식사는 그렇게 푸짐하지 않았고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고 사진 몇 장 찍느라
얇게 입고 나온 우리는 덜덜 떨면서 음식을 갈구하고 있었다.
Fraunces Tavern Fraunces Tavern 이라는 식당이다.
웨이터 아저씨는 우리가 뉴욕 여행 중에서 만난 웨이터들 중에서 제일 친절하다.
영화에 나오는 아저씨 같다.
메뉴를 설명해 주었다.
아시안인 우리를 위해서 손으로 제스쳐 까지를 취하면서.
hearty, shallow, 이런 단어 들을 기꺼이 손으로 설명해 준다.
뭐 추천해 줄 만한 메뉴 있냐고 하니까,
"Do you like dinner for lunch or lunch for lunch?"이런다
순간, 나는 서양사람들의 breakfast, lunch, dinner의 구분의 명확함이 떠오른다.
사람들이, 한국에서는 아침으로 점심으로 그리고 저녁으로 무얼 먹느냐고 가끔 물을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침, 점심, 저녁의 구분이 별로 없지 않나?
특히나 언제나 삼시 세끼 밥 먹는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나라는
아침에도 밥
점심에도 밥
저녁에도 밥
(적어도 우리 아빠의 식단은 매우 그러하다)
기껏 다른 것이라 해봤자
아침에는 뭐 찌개 대신 국이 더 잘 먹히고
아침부터 삼겹살이나 갈비를 굽는 집은 많지 않다는 정도겠지만
전날 찌개 남은 것이 있으면 아침부터 찌개 먹을 수도 있고
내가 아는 어떤 집들은 (고기를 너무 사랑하는) 아침부터 삼겹살을 굽기도 한다
서양처럼 아침, 점심, 저녁에 먹는 음식이 별로 명확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우리는 몸의 본능적이고도 감각적인 요구에 반응하는데에
조금 더 인색했던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아침, 점심, 저녁에 따라서 사실 먹고 싶은 것도 다르고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다르다.
나는 보통은 일어나서 두시간 정도는 밥이 먹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보면 아침부터 억지로라도 밥을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사회적으로 있는것 같고, 밥이 안 먹히는 이들을 위한 간단한 아침식사, 모 요런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양식 말고)
양식 식사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아침식사인데
뭐 지방과 염분과 당분, 이 삼박자가 척척 맞아서 입에 감기는
고열량의 브런치 메뉴는 항상 매우 유혹적이기도 하지만
간단한 아침식사라도 난 요거트, 씨리얼, 토스트, 달걀 요리한 것 요런것을 다 좋아한다
부담스럽지 않고, 일어나서 몸이 원하는 것들을 왠지 쏙쏙 채워주는 느낌이랄까.
여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밤 11시 반인데
jetlag때문에 이미 낮잠 4시간을 늘어지게 잔 나는
지금 씨리얼 통을 옆에 두고 껄떡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