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07, 2005

Waiting for it

야곱은 20년을 기다린 후 가족과 재회했다.




삶에서 때론 긴 기다림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문제는
이것이 '기다림의 과정' 인지,
그저 절망스러운 결과인지,
분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대부분은 기다림의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기다리기 보다는
아예 기다림 자체를 거부한다
포기, 자신감 상실, 의욕상실, 귀찮음 등을 이유로



나이스한 보스께서는 오늘
일요일 점심 가족들과 하는 식사에 나를 초대해주시고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라면서
정말 맛있는 것을 사주셨다



와, 두살, 네살인 애기들은
엄마 아빠를 적절하게 닮아서
정말 어찌나 인형같이 생겼던지! ^^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은 정말 감사하다
그러나 가끔, 아니 계속적으로,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90%가 엔지니어링 출신인 여기서
로그함수, 미분 공식도 가물가물해하면서
표준편차 계산도 책을 들춰봐야 비로소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나는


세바스티앙은 프로그램짜서 몇 시간이면 끝내는 일을
나는 이틀 꼬박 보내는 '노동'을 하고도 아직도 미궁인 엑셀 둔재




포트폴리오에 관해 Poonsuk과 기나긴 얘기를 하지만
나에게는 하루에 한 번
기껏 "Are you a good cook?" 등의 질문만 하는 나의 또 다른 보스 Will아저씨를 보면
한숨이 나올 만도 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래서 요새 부쩍 드는 생각은
칼을 갈아야겠다는 것이다



이번 주로 일을 시작한 지 딱 두달이 되었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그저 한숨을 쉴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 있어 두 달의 의미는 지금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이런걸 물어보면 정말 바보라고 생각하겠다
::이런건 학교에서 다 배워와야지 않겠냐고
::다들 생각할테니깐
::그것이 비지니스 출신의 학부생을 고용해준
::그들의 최소한의 기대일테니까...



라는 생각으로
우물쭈물 눈치 본 그간이었음을 돌아보면
이러다간 정말 큰일나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들곤 한다
이렇게 일 년이 가버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은
두 달이 지난 지금의 나를 확실히 자극한다




긴 기다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그 긴 기다림의 시간을 지혜롭게 잘 써야겠다는 다짐과
또한 그 기다림의 길을 아버지께 맡겨야겠다는 결심으로 귀결된다

5 comments:

Anonymous said...

나는 어제밤 엄청난 고통의 눈물로 기도를 했다.
취업이 코앞에 있다는 것은 굉장한 초조함인 동시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게하는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 주위의 많은 상황들이 악조건이라고 자신을 압박하는 것은 내 능력의 부재보다도 더 괴로운 일이다.
오늘은 언니의 일기를 읽으면서 작년 이맘즈음 언니가 그렇게도 까칠하고 괴로웠던 이유를 통감한다.

힘내자!
이달 말이나 가을 둘 중 한 번은 홍콩으로 갈 것같아.

Anonymous said...

난 석달째.절대동감. 퍼가도될까;

Anonymous said...

아름다운 글이다-
이건 딴얘긴데, 왠지 웨이팅 리스트에서 탑승객 명단으로 격상되는일이 없을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하지만 9월 안엔는 꼭 갈꺼니깐 기대해죠. 더불어, 오늘 새벽 불현듯 그 사랑은 그만두자. 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리며ㅎ

Sunmi said...

오늘 아침에 정신 차린 후에 든 첫 번째 생각은 빨리 이 글을 지워야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칼을 갈아야 겠다'라는 대목이 너무 직설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컸다. 뭔가 복수의 칼날을 간다는 의미는 전혀 아닌데 왠지 그 한마디가 걸려서. 아침부터 너무 바빠서 지울 시간이 없었는데. 봄여름가을겨울이 말했듯이 우리는 비슷한 생각과 두려움, 외로움을 공유하고 살아가는구나.

Anonymous said...

칼을 갈만한 곳에 놓여진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결국에는 잘 해낼것임을 알기 때문에도 미리 자랑스럽다.

나도 가고 싶은데! 김아리 혼자 가려고 한다.

너 왜 전화번호 안가르쳐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