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29, 2007
Kyoto_womaninKimono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참 많이 돌아다녔다
어린 고등학생, 결혼할 나이 되어보이는 아리따운 싱글 여성들 (혼자 혹은 둘이 혹은 여럿이)
결혼한 아줌마가 남편과 함께,
그리고 할머니들까지
왜 저사람들이 기모노를 입고 (무지 추워보였는데 내가 있을 때는 날이 무지 추웠으므로) 돌아다닐까
이해가 잘 안갔었는데 나름대로 뭐랄까,
잘 차려입고 고운 사진 단풍과 함께 찍는 것이 큰 이유였던 것 같아
이 뒷모습이 아름다운 여성이 혼자 저렇게 초록빛과 잘 어울리는 기모노를 입고 이곳에 나타났을 때,
이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었음은 당연하다
외국인 사진사 부부인지 여튼 커다란 삼각대와 사진기 세트를 바퀴달린 들것에 두고
사진을 찍고 계시던 70대 노부부가
이 여성을 발견하더니,
이 여성한테 들키지 않게 시선을 자꾸 딴 데에 두면서 카메라 셔터를 연속적으로 눌러대는 것이다
노부부 중에서 특히 할아버지가 매우 적극적이어서
할머니는 오데 있는지 신경 쓰지도 않고
이 기모노 입은 여성이 움직이는 대로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러나 사진 찍는 것이 들키지 않도록
연신 이 여성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있었다
몇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제일 먼저는 같은 공간에 있었던 비슷한 나이의 같은 '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존재는 철저히 소외되었다는 (이건 사실 너무도 당연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이
왠지 억울하고 서글펐다는 것이다
난 잘 걸어다닐 수 있도록 런닝화 운동화와 큰 숄더백을 메고
멋없는 청바지를 입고 큰 코트로 온 몸을 둘러싸고 역시 이 여자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 여자가 너무 질투 스러워서 사진 찍는 할아버지가 살짝 얄미워지기까지 이르렀다
찍으려면 당당하게 찍지,
눈치 보면서 이 여자의 동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 역설적으로 얄미워진건,
뭐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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