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27, 2009

it's one of those days..

괜시리 허허하고 쓸쓸한 그런 날이다, 어제 오늘.

스페인 사진, 그리고 이집트랑 이스라엘 사진들도 올리고 싶지만
뭔가 내가 이미 웹 앨범에 올린 사진들이 꽉차서 인지 여기선 자꾸 에러가 난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또 하세월이 될 지도 모르겠다.

마른 땅콩을 까먹는다

엄마랑 아빠는 오랜만에 효도관광을 시켜드리러 갔다
엄마 내외, 이모 내외가 외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제주도 갔다
향숙이모 내외가 거기 사니까 세딸이 할머니 할아버지 제주도 관광 시켜드리러 간 것이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나이가 드셔서 건강도 안좋으신데
얼마전부터 이번 제주도 여행만 기다리셨다 한다
어제랑 오늘 엄마한테 물어보니
노인네들이 좋아하신다 한다. 애나 어른이나 다 똑같다면서
오랜만에 효도하는 엄마랑 이모들도 좋겠다, 생각 든다

나도 식구들이랑 놀러가서 엄마아빠가 좋아하면 좋으니까
엄마 아빠는 오랫동안 그런 여행가는 효도는 안했으니까
오랜만에 해서 좋겄다, 싶었다

나도 제주도는 가고 싶었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얼굴에 잔뜩 트러블이 생긴 관계로
오랜만에 또 놀러가고 싶은 욕심보다 집에서 치료나 하며 진정시키기로 했다


마른 땅콩을 까먹는다
아빠는 마른 것 까먹는 것을 좋아하신다
멸치도 대가리 따서 고추장 찍어먹는 것 좋아하시고
가끔 땅콩도 까먹는 것 좋아하셔서 접시에 먹고 버리지 않은 땅콩 껍질이 수북할 때가 있다
다들 술안주 같은 것이어서 그냥도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나도 어제 오늘 땅콩을 까먹어보니 제법 맛있다
여태껏 땅콩 맛있는 줄 몰랐다
항상 거의 퉤퉤하고 아이써 하곤 뱉곤 했는데
땅콩이 맛있어 진건지
그렇게 마른 땅콩을 까먹으며 후 불으면 날아가버리는 껍질 작은 접시 안으로 모으느라
신경 쓰고 먹으니 왠지 가을인 것 같다
저렇게 마르고 가변 땅콩 껍지을 보니
그러니 또 한번 쓸쓸해 졌다


찬 밥도 아니고 한 지 오래된 밥도 아닌데
밥을 끓였다
엄마는 일주일 동안 집을 비운다고
또 지난주 내 생일은 내가 집을 비운 관계로 챙겨주지 못했다면서
미역국을 한 솥 끓여놓고 갔다
어제도 오늘도 저녁쯤에 난 밥 한 공이를 물에 넣고 끓였다
뜨거운 냄비채 상에 올리고
미역국 한 대접
그리고 맛있는 김치 한 대접 이렇게 놓고 혼자 저녁을 먹는다

끓인 밥 먹는 엄마나 할머니 보면
위에 나쁘게 왜 밥 끓여 먹느냐고 핀잔 주곤 했었는데
끓인 밥엔 밥냄새가 맛있고 밥 맛도 담백하다
걸쭉하게 생기는 따뜻한 밥 국물도 차가운 바람을 생각나게 하는 동시에 따뜻하게 해준다
그렇게 밥 한 숟갈 김치 한 젓가락 먹고
또 미역국을, 국이 아니라 밥처럼 여기며 한 술 떠 넣고 김치 한 젓가락 먹으니
좋고 맛있다


몇 주 전에 효재처럼 살림하기랑 효재처럼 보자기 싸기인가 하는 두권을 샀다
오늘 아침 지하철 타고 병원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옆에 서 계신 아주머니가 책을 보고 한 마디 한다
이 분도 효재 아줌마 팬인가보다
책을 들춰보면서 살림을 잘한다느니, 보자기가 예쁘다느니 한마디 하신다

병원 마치고 백화점 지하에 들러 먹을 것 좀 사는데
옆에서 도와주시던 아줌마도 그 책을 보더니 또 한 마디 한다
저 효재 아줌마 자기도 좋아한다면서

나도 그 아줌마 책 읽고
언제 동대문 시장이나 방산 시장이나 (어디서 파는지 확인좀 한 후에) 가서
한복 천 같은거 자투리 끊어다가 홑겹, 두겹 보자기 만들어서
홍콩 이사갈 때 가져가야겠다 생각한다
벽에 그냥 걸어만 두어도 색깔이 너무 예뻐 정말 고운 장식이 되는 사진을 보곤
너무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이렇게 맹목적으로 추구하는것'도
사실 참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아줌마 해 놓고 사는것 밥 먹고 사는것 만드는것 모두 너무 예쁘다
또 그렇게 예쁜 것 부지런히 좇는 삶도 귀엽고 예뻐보인다

동네에 와서
어제 닦아달라고 부탁한 부츠를 찾으러 갔다
어제도 물어보시더니 구두 닦는 아저씨가 오늘도 학생이에요 아가씨에요 또 묻는다
학생 아니에요, 물었더니
시집 갈 나이 다 된 아가씨인가? 또 이렇게 묻는다

효재 책을 들고다녀서 인지 오늘은
원래는 안그러던, 낯선 사람들이 길에서 말을 많이 건다

쓸쓸하고 허하나
일곱시 사십 오분 기다려
지붕뚫고 하이킥 보면 기분이 좋아질거야!

1 comment:

yjkim said...

1.제주도 잘 안갔다. 난 스페인에서도 멀쩡했는데 제주도는 갈때마다 얼굴이 뒤집어지더라고.
2. 얼굴 트러블에는 땅콩이 쥐약이란 사실을 모른단 말야? 견과류 금지!
3. 효재는 보자기 포장뿐만 아니라 자기 포장도 잘 하는듯. 거품이 넘 심해. 인위적인 자연주의..(일단은 내 생각)
4. 언제보지? 실이도 보고 싶은데 팽당해서 연락 감히 못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