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28, 2006

a week's diary

시장해 죽겠다는 아빠의 고함소리로 평화로운 주일 아침은 시작되었다.
엄마는 새벽같이 교회에 가셨고
남겨진 세 딸들에게
아빠의 아침식사 준비의 과제가 주어졌으니
아빠가 저토록 시장해 죽겠다고 선언하시면
우리의 주일 아침이 이것으로 끝났음은 당연했다.


어젯밤 집에 들르기 전 디비디 가게에서
"Land of Plenty"를 빌려왔으나
요새 정말 머리를 땅에 대기만 하면 잠에 빠져들고야마는 나의 컨디션덕에
반만 보다 스위치를 끄고 자버렸다.

남자의 정체와 여자의 임무에 대해
끝없이 추적하는 현진이와 함께 보면서
아직 반밖에 안와서 내용을 도무지 알아낼 수 없었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나왔던 통통한 저여자가
여기서는 디게 날씬하군, 생각했다.


지방선거일이 다가왔다고 벌써 몇 주전부터 아침이 소란스럽다.
아침 일찍 지하철 역으로 가는 아침이 몇 달 전과 이토록 달라졌음에 나는
매일매일 깜짝깜짝 놀라니까.
몇 달 전만해도 춥고 껌껌했던 아침이었는데
이젠 환한 것 뿐 아니라
각지에서 선거운동하러 나오신 분들 덕분에 소란스럽기까지.
크게 노래를 틀어놓거나
각종 빨노파 티셔츠를 입고 명함사이즈의 홍보전달을 나눠주거나
후보자가 직접 나와서 어떻게든 인사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선거운동의 획일화와 창조력의 부재에 화가난다.

왜 저사람들을 저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
아, 정말 이런때 누가 조용히 다가와서 조용한 목소리로 기호 몇 번을 전해주며
이 소란스러운 아침을 달래준다면
정말 그사람을 찍고말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지하철 역으로 내빼버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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