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갔다가 들어오는데
엘비라와 올리비에가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오, 또 무슨 영화 공짜 티켓이 생긴거야?" 하고 물어보니
" 너 목요일날 뭐하니?" 하면서
더 사운드 오브 뮤직
티켓을 한장 내밀어주었다
지난번엔 영화 초대권을 줬던 데서
이번엔 뮤지컬 티켓 10장을 엘비라와 올리비에 앞으로 준 것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는 음료수"가 제공된 것 이외에도
아주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된것,
할 일 없는 목요일 밤에 할 일이 생긴 것,
그리고 우연히 엘비라 옆에 앉아서
한장을 잽싸고 몰래 얻을 수 있었던 것
(얘네도 딴사람들 들을까봐 둘이서 소근 거리다가 나한테 들킨것 같다)
올리비에는 당장 부인한테 전화를 해서
출장 가는거 미룰 수 없냐고 물었다
(아마 안되는 거였나보다)
근데 문제는 그 다음,
올리비에가 (삼십 대 초반쯤 되보이는)
더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든 뭣이든)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옆에 있던 엘비라가 완전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do a dear a female dear"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올리비에는 그저, 언젠가 한 번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다는 애매 모호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엘비라는 계속 노래를 불러댔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나는 너무 또 크게 웃어버렸다
(나중에 생각했는데 너무 크게 웃으면 안되는 거였는데...)
갑자기 엘비라가 뒤에 앉아있던 세바스티앙한테
다시 노래를 불러주면서 이거 본 적 있냐고 물었다
세바스티앙 역시 (얘는 20대 후반)
아, 이 노래는 들어본 적 있는데
아주 오래된 영화에 나왔던거 아니냐고
또 애매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엘비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나 역시 (눈치 없이) 매우 크게 웃고 있었는데
올리비에가
나한테 영화 봤냐고 하면서
" 이 영화 한국에서 유명했니?" 라고 물어보자
엘비라가 질세가
"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했단다, 얘야..."라고 대답했다
(엘비라는 가끔 너무 솔직하고 직선적이기도 하다)
명절때마다지겹게 해주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시리즈에 맞 먹는
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어쩌면 특별한 이유로 프랑스에서는
전혀 유명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때문에
더욱더
낮에 크게 웃은게 미안해졌다 결국
게다가 올리비에가 나한테 표 준건데...
1 comment:
그렇다니까.
일본에서 만난 서양 친구들을 봐도 한국인은 문화민족이라는 걸 알 수 있다니까.
한국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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