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이틀 안갔더니 요일감각 심하게 빠르게 무뎌졌다
오늘은 화요일과 수요일의 사이인지,
수요일과 목요일의 사이인지
달력을 보고 내가 언제부터 쉬고있었는가를 되짚어 보고서야
수요일과 목요일의 사이임을 확인한다.
어제부터 나는 휴가다. 한 일주일 간의 휴가.
계획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구한 휴가.
어제는 어슬렁 어슬렁
세일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쇼핑을 하지 않았던 이번 여름의 나를 조금 불쌍해 하면서
쇼핑몰을 기웃. 낮에 집에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저녁에는 운동.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슬렁 어슬렁.
어디나 좀 가볼까 해서 여행사 가서 일단 방콕가는 티켓을 예약하고
엄마랑 상미랑 현진이랑 다 수소문 해서
혹시 홍콩에 놀러올 수 잇는지, 방콕에 같이 갈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다들 시큰둥하다.
이렇게 짧게 알려줘놓고 어떻게 가냐면서... 할 수 없지.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할인이 있는 방콕의 메트로폴리탄이라는 호텔이
그렇게 훈늉하다던데, 같이 갈 사람이 없이 혼자서 그 호텔방에 박혀 있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싶어
아무래도 그냥 홍콩에 남아서, 내 방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새벽 2시 53분.
God, I missed this so much! 이른 새벽에 앉아서 일기도 쓰고 가계부도 정리하고
지금에 딱 어울리는 비틀즈의 씨디를 들으면서 공상이나 하고 앉아있고
내일은 뭘할까를 끄적끄적 생각해보는 이
주중의 할일 없음, 부담없음, 일 할 걱정 없음.
평일 대낮에 쇼핑하면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왠지 티비에 나오는 부자집 마나님같은 분이거나 한국 관광객인데
왠지 나도 조용히 아무도 없는 백화점의 휑함을 즐기고
누군가, 일주일이나 되는 시간을 왜 그렇게 허비하냐고 물어보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수많은 사람들을 뚫고
사야 하는 것 사고 싶은 것을 갖기 위해 쇼핑을 하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며
일요일 밤에 방에 앉아, 이번 주말에는 한 게 없네, 자책하는 것보다
이것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느냐고 반박한다...
막상 홍콩에 남기로 결정하고 나서는 무엇을 할지 아직 안정했지만
디비디도 좀 보고
그리고 이렇게 새벽에 궁상도 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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