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쌩쌩한 겨울날
졸업앨범과 가운을 찾으러 학교를 찾았다.
이월이 중순을 향해 달리던 어느 저녁이었다.
깃발을 휘날리며 알량한 선배따라
선착순을 뛰는 달콤한 신입생,
사오년이나 선배인 내가 보기엔
여전히 어리기만한데도
그렇게 달콤한 신입생들을 보며
선배행색을 하는 그들의 일년 선배들,
그런 무리가 있었다.
또 고등학생들도 있다.
고등학교 이학년때에
연세대학교를 찾아
지금은 한경관, 학생회관, 공학관으로 불리우는 건물들 앞에서
그것들이 무어하는 곳인지 전혀 모른채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휘휘둘러보던
그때의 나와같은.
경영대학이 어디인가도 물어보고
앞에서 다가오는 커플을 보면서
영 밸런스가 맞지 않는 커플이라면서
욕을 해대는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가 아는 커플이었다, 그들은)
그런 또 무리들.
그리고 서둘러 졸업앨범과
졸업가운을 찾는 졸업생들.
혹은 직장인의 티도 나고
혹은 신입 학자의 티도 나는
그런 졸업생들.
이 모든것들이 뒤섞여
나의 마음을 어지럽게 한 겨울. 오후. 학교.
내가 이제 졸업을 하는구나.
2001년 CR에 앉아서
졸업하는 96학번 선배들을 보면서
와, 오늘은 저 언니가 되게 예뻐 보인다,
저 언니는 삼성에 취직을 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더랬는데
이제 내가 졸업을 한다.
졸업식이란게 별 것도 없고
그동안 훌륭하게 교육시켜주시고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자랑스런 사진 한장 남겨드리려고 사진찍으러 가는 면이 다분하다만
그래도 한편, 떨리고 부담스러운 졸업.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어지럽게 뒤섞여서
나의 마음까지 어지럽게 한 그 이월의 오후. 학교.
졸업을 생각하면 그 풍경이 떠오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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