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에요.
저. 아침에. 일어나서. 짜장밥. 먹었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저는 짜장이 상한 줄. 몰랐습니다.
엄마. 돌아오실 때. 맛있는 거 사올실.거죠?
네. 많이. 사오세요. 꼭이요.
무지하게 큰소리로 핸드폰 대화를 시작한 남자가
방화 스텐레스 지하철 의자에 앉아있었다.
통화가 시작되자 저쪽 끝에서는
쯧쯧... 하며 혀를 차는 아주머니들과
짜장밥...짜장밥... 짜장밥이래... 메아리처럼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들이
나를 더욱더 이 핸드폰 대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 대화에는 몇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우리가 대화하는 구어에서 ..입니라 라는 문어체를 사용하는 것과 (구지 아나운서가 아님에도 말이다)
짜장밥을 먹은 것을 구태여 크게 고하는 목청과
그렇다면 짜장이 상했다는 것인데 결국 이 남자의 뱃속에는
상한 짜장밥이 들어있을것이라는 것과
스물은 족히 넘어보이는 남자가
엄마한테 맛있는 것을, 그것도 꼭, 사오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내릴 때가 되니
그 남자는 밝게 빛나는 은빛 스텐레스 의자에
두 팔을 자랑스레 벌리고 앉아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의자에는.
누군가는 새로이 타고
텅 비어 있는 의자, 이 남자 곁에 앉을게고
이 남자가 한번 더
이렇게 이상한 대화를 들려준다면
또 이 자리는 텅 빌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난 황급히 지하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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