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August 26, 2007

sunday night thought

아. 어떻게 하면 요새 내 마음속을 스쳐가는 많은 생각들을
일목 요연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마
그건 불가능 할것이다. 그래도 일요일 밤이 되면
한주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뭐라고라도 말하고 싶은.
일주일 중에서 제일 그런 때다.


언젠가 부터 식구들하고 같이 밥을 먹으면 그 식사가 한시간 안으로 끝나버렸다.
그래두 우린 꽤 행복한 가족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요새 몇 번의 식사는 나를 기운이 빠지게 하곤 했다.

나 역시 월요일 아침 싫고 하루가 끝나면 집에 언능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많은 그저 그런 직장인 중의 하나일 뿐이지만
돈을 벌면서 좋아진 것중의 하나는
가끔 식구들끼리 밥먹으러 가서 내가 계산을 할수 있게 되었다는 것


오늘도 저녁 먹으러 가자고 내가 먼저 얘기해서
우리 식구는 어느 태국음식점에 밥을 먹으러 갔다
그러면 우리 아빠는 옛날에는 태국 음식은 무슨 쓸 데 없는 태국 음식, 하시면서
메뉴를 한식으로 급변경 하시거나 했을 텐데
요새는 아무 말 없이 따라나서신다.

나이가 들면서 다른 나라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도록 취향이 변하신건지,
변화하는 시대의 조류에 조금이나마 동참해야 할 유인이 생기신건지,
아님 딸이 밥을 산다고 하니깐 그냥 따라 나서시는건지 몰라두
참, 아빠가 나이가 드실수록 귀여워지시고 있으니
이쁜 딸들이 가자고 하니깐 그냥 그게 좋아서 응, 하면서 가는 걸 수도 있다.
여튼 우린 오늘 태국음식을 먹으러 갔다.

물론 주문은 나와 상미가 했다.
한 시간 만에 우리 식구들의 식사가 끝나고 어색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까

우리는
어디서
프레쉬 스프링롤 - 똠양꿍 - 볶음요리/ 카레/밥/팟타이
로 이어지는 메뉴를 주문하는 법을 어디서 배운 걸까.

이건 분명히 엄마 아빠가 가르쳐 준것도 아니고
난 태국 근처에두 가본 적이 없는데.
집 밖에서 배운 것들.
나와 내 동생은 어느새 이십대 중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서
이제 집 밖에서 배운 지식들을 엄마 아빠한테 거꾸로 가르쳐 줘야 하는 때가 됐다.
엄마, 친구들이랑 가서 밥 먹을 때는 이런 데도 와보고
가서는 이런거 주문해서 먹고. 이런 걸.


밥 다 먹고 테이블은 깔끔히 다 치워지고
근데 우리 아빠 갑자기 앞에 있는 네프킨을 집어드시더니
탁자에 떨어져 있는 밥풀 몇개를 주워 닦으신다 - 심지어 일어나셔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까지.

그런걸 왜 닦아, 와서 치워줄텐데, 그냥 앉어 여보.
엄마가 아빠 팔을 급 잡아 당기자 아빠 갑자기 역정낸다.
왜 사사건건 하는 걸 못마땅해 하느냐고.

그렇게 우리는 딱 한시간 만에 밥 먹고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계산을 치르고 차에 탔다.

사실 엄마가 아빠 팔 급 잡아 당길 때 나역시,
아빠 왜 그래, 좀 앉아... 이랬는데

아빠가 왜 그렇게 돌발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남 눈치 안보고 하고 싶은거 하는 우리 아빠니깐
말려도 말 안듣고 하고 싶은거 해야하는 아빠니깐
가끔 돌발 행동 잘 하시는데 오늘은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참 웃겼을거다
갑자기 밥 다 먹고 누군가가 일어나서 상을 닦고 있었으니깐)

엄마는 그나마 장성한 딸들이 가르쳐준
'집 밖에서 얻은' 공공 장소에서의 식당 예절을 숙지하고
숙지치 못하신 아빠를 핀잔준건데
이로서 일단 여자가 사회적 변화에 적응력이 남자보다 훨씬 빠른게 증명되었고

아빠는
엄마의 변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과
아빠의 변화에 대한 느린 적응력과의 갈등에 이젠 지쳐
일부러 돌발행동을 하고 또
연이은 엄마의 빠른 적응력에서 뿜어져 나온 한마디에 꽥 하신거다



아빠도, 엄마도, 나도, 상미도 모두 나이가 든 거다.


참고로 난 어제 홍대 앞에 새로이 피어나고 있는 이쁜 카페촌에서
냉 허브티를 마셨고
오늘 낮에는 호면당에서 국수와 롤을 먹고나서
심슨가족 영화를 봤다


집 밖에서 배운 것들을
나이가 들고 계신 엄마 아빠와 조금이라도 가르쳐주고 싶지만
이렇게 식사가 마무리 되면서 다짐하는 것은
으그, 다음엔 오지 말아야지, 이런 거다.


다음엔 아빠 빼고 오자.
옴마가 또 이러면 내가,
엄마두 너무 그러지마, 아빠가 그러니까 더 그러는 거잖아 화나서,
그러면 옴마는 또 내가 뭘 어째서,

3 comments:

Anonymous said...

코멘트를 어떻게 남기는 것인가 맨날 와서도 한참을 헤메대가 에잇!! 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찾았당 ㅎㅎ
나이가 들수록 돈을 하루빨리 벌 수 있는 때가 되어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고는 있지만 다들 같이 살고싶어 사는걸까? 난 별로....
그나저나 나도 심슨 가족 보고싶구나 ㅋㅋ
그리고 방명록은 없어진거지?
네 블로그 체제는 늘 낯설단말야.ㅋㅋ

Sunmi said...

응 헤멨어? 내 블로그 체제가 낯설다고? 방명록은 글 쎄 걔네가 첨에는 공짜로 쓰게 해주다가 언젠가 닫아버렸더라고... 돈내는 걸로 바뀌었던가? 여튼.

난... 가족이 좋긴 한데 (현진이 공이 젤 커... 막동이가 있으니깐 얘가 너무 귀여워서) 커피 프린스를 보고 한성이나 한결이나 유주네 집 같은 데서 혼자 살면서 개인의 자유를 퍼펙트하게 보장받고 싶다고도 생각해 ㅋㅋㅋ 그런 그림같은 집에서 살긴 하지만 영원히 불가능할것만같다

Anonymous said...

난 태국에 아직 가본 건 아니지만..
켄터키에있을 때
타이음식점에서 태국 주인이
"뚬.양. 꿍."하며 혀짧은 소리로 하던
발음이 너무 우스우면서도 그리워서..

언제 같이 먹으러 가자.."뚬.양.꿍"

언니 번호는 010-9086-6242야..
1월에 미국가니까 그전에 연락줘~

-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