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핸드폰이 없었던 서울에서
사적인 전화를 하기 위해서 사무실을 나서서 공중전화를 찾아갔다
지갑에는 500원짜리만 가득하고 전화카드도 없고 그래서
버스 정류장 앞의 신문 가판에 계신 아줌마한테 아줌마 500원짜리좀 바꿔주세요, 그랬더니
없다고 안바꿔 주신다.
그럼 어디서 이거 바꿔줘요? 그랬더니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퉁명스런.
옆에 던킨 도너츠에 가서
다시 바꿔달라고 했더니
당장에 알겠다면서 바꿔준다.
왜?
a. 신문 가판 아줌마는 진짜 잔돈이 없다. 잔돈이 없으면 던킨에서는 알바생 한명 은행 보내면 되지만 신문 아줌마는 혼자 가게를 지켜야 하므로 잔돈이 절대 떨어지면 안된다
b. 신문 가판 아줌마의 주고객은 나와 같은 20대 여자가 아니다. 던킨의 주 고객은 나와 같은 20대 여자다. 나는 그들의 포텐셜 고객이므로 그들은 나에게 잘해야 한다.
c. 신문 가판 아줌마는 이미지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던킨은 신경 쓴다. 나빠지면 장사 못한다.
2.
어젯 밤에 홍콩에 다시 도착했다. 나는 충분히 집에서 공항까지 갈 수 있는데
아직도 엄마아빠는 공항엘 같이 간다.
김포공항에서 아빠랑 만나기로 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데서 만나기로 한 데다가 비까지 오는 바람에
거기까지 같이 같던 현진이 엄마 그리고 만난 아빠에게까지 온갖 짜증을 다부렸다
그리고의 결론은 이제부터 공항은 충분히 혼자서도 갈 수 있으니까 오지 말라는 것.
가는 내내 현진이가 유머로 나를 달래주고
짜증 내지 못하게 해줬다.
현진아, 왜 나는 너보다 더 생각이 유아스럽냐.
그랬더니, 그러니까 언니도 좀 배워.
그러다가 아빠를 기다리기 지칠때가 되니까
자기의 유머도 이제 힘이 다한다고 한숨을 쉬는 나의 이 막내 동생은
나보다 훨씬 속이 깊다.
출국 심사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기 전의 시간은
언제나 조금, 약간은 제3국 같고 진공상태 같고 배가 살살 아파오는 긴장감
3.
한참만에 돌아온 낯선 도시.
집에 있었을 때 몰랐던 잊었던 외로움.
2 comments:
1번의 너의 분석이 너무나도 엑설런트해 ㅋㅋㅋㅋ
음.. 돈 안바꿔준 아줌마가
너무 퉁명스러워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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