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책상에 있던 국민학교때 일기장을 찾았다.
1992년 5월 11일 월요일 날씨: 맑음
제목: 떡만두국
'딩동' 종이 울렸다. 체육이 끝난 다음은 점심시간 이었다. 우리들은 학교 급식을 먹는데 매일 맛있는 밥과 반찬이 나와서 아이들은 점심시간을 몹시 기다린다.
오늘의 식단은 떡만두국이었다. 아- 내가 좋아하는 떡만두국. 하지만 배가 완전히 낫지 않아서 도시락을 먹어야 했다. (일기장을 보면 전 주 금요일부터 배가 아팠다) 너무 아까웠다. 내 도시락은 죽과 깍두기였다. 도시락은 남겨가고 떡만두국을 조금 먹을까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죽을 먹어야지.
내가 도시락을 꺼내니까 아이들이 놀란 모습이었다. "너 급식 안먹니?", "급식비 안냈어?", "너 왜 도시락 싸왔어?"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오늘은 떡만두국인데 ......", "안됐다, 선미야", "맛있니?"
아이들이 급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들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비록 젓가락으로 만두를 집어서 만두가 터지고 만두피만 겨우 건져 먹는 아이라도 부럽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먹던 오징어 튀김도 맛있어 보였다. '튀김만이라도 달랠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역시 안됐다.
병원에서는 아직도 먹는 것에 신경을 좀 써야 한다고 했다. 빨리 나아서 친구들과 맛있는 급식을 먹고 싶다.
::::: 인생에서는 참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크크크
6 comments:
나, 바이러스성 장염이라 죽먹은지 4일째
이글에 너무 심하게 공감해ㅜㅜㅜㅜ
좀 만나죠 :)
너도 터진 만두피라도 건져먹는 일반인이 부럽니? 하하 만두국 먹으러 가자규 그럼
아 나 이거 보면서 배 잡고 웃고 있어!
아.. 진짜 재밌어!!!
냉장고에 만두랑 떡이랑 있는데 나도 만두국이나 해볼까라고 인스파이어드되어따.
(난 만두를 매우 싫어해서 공감하지 못한 부분도 사실 많음)
기면주 설마 딤섬도 싫어하는건 아니었겠지? 우리때메 억지로 삼켜넣은건 아니었을까?ㅋㅋ
나 원래 만두 어렸을때부터 못먹었는데, 딤섬 중에서도 만두 같은 딤섬은 별로 안좋아해. 아, 홍콩에서 먹은 딤섬이 진짜 맛있었는데.. 진짜 먹고 싶다.
나 여기서 너무 많이 먹어서 신랑님이 놀라 달아날까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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