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중에 안경을 서울에 두고 오는 바람에
상미가 부친 안경이 도착할 때 까지는
렌즈를 빼고 나면 장님처럼 지내고 있다
옛날에는 이별의 순간을 피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잘 가리는 인사를 건네는 것이
정말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엄마 아빠를 공항에서 보내고
홍콩 공항에서 혼자 남아서
몇 번씩 눈물을 훔치기까지 하니,
어쩌면 이별의 순간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것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옛날의 Mokshada 가 이해갔다.
첫날 회사에 가서 이것저것 소개 받고 나서는
오후내내 마카오에 갔다오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다시 홍콩에 도착하니 밤 여덟시가 다 되었던데
그 때 트레이니 네 명과 매니저, 그리고
세바스찬이라는 사람과 함께
홍콩의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저녁을 먹었다
여기는 완전 흐려서
집에 돌아올 때 쯤에는 거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껴 있었다
회사에서 내려다 보는 홍콩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여기, 홍콩은 정말 신기한 곳인거 같다
뭐랄까, 현재와 과거, 서양과 동양이 정말 묘하게 섞여 있는 곳.
외국에서 사는 것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지만,
그래서 이렇게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내가
조금 대견스러운 오늘이었다
안경이라도 있으면
조금 덜 위태롭겠건만
아참,
지난주 토요일날
구두가게에 갔다가
P&G에 계시던 어떤 과장님을 만났다
중국 출장왔다가 홍콩 잠깐 들르셨다는데,
정말 고 많고 많은 땅, 고 많고 많은 시간 중에서
거기서 그렇게 딱 마주치다니 세상은 정말 좁더라-
미국 어디선가
김민선이랑 '우연히 마주쳤다'는 김아리의 말은
뭐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4 comments:
그렇지, 이별을 제대로, 많이 해본 사람은 그 순간을 피하려 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ㅋ 그래서 내가 널 흐지부지 중도 앞에서 빠이빠이한거 아니니.
나도 일본에서 안경 두고 왔었는데.. 안경이 가장 중요하면서 소홀하게 되는 녀석인거 같아.
네 소식 들으니까 정말 반갑구나야~~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거라!
민선이와 '우연히' 마주친것보다는, '민선이' 와 우연히 마주친게 너무나 놀라웠던듯ㅋ 나 결혼식 못갔어ㅠㅠ 결국 우리 아무도 못갔음;; 리유니온은 무.슨.ㅋ
무슨일이 있어서 도대체 다 못가게 된 건지 궁금하다. 그렇게 벼르고 벼르더니... 나 안경 없어서 디게 고생하고 있어 T.T
Mokshada! 그 이름 오랜만이네 흐흣
아무튼지간에
잘 도착했음에 "검"도장 찍어줄게 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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