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17, 2005

letter

정아언니와 은혜와
그것을 사랑하게 된 나의 공통분모



슬픈 날의 편지


- 이해인 -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된 위로이며 기도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지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 더 기다려주십시오

이유 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 달라는
이 터무니없음을 용서하십시오

3 comments:

Anonymous said...

공유를 위해 가져감.

Sunmi said...

어차피 언니에게로부터 온 것임.

Anonymous said...

~임..이게 이런 느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