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15, 2004

edible letters

어젯밤에 상미의 필통에 침투해 복수했다.
내 홍매색 하이테크를 보더니, 어 이거 이쁘네 하면서 가져가 이틀째 자기 필통안에 넣어두었겠다!
덕분에 나는 어제 학교에서 그래프 그리는데 아주 혼이 났다.
경제학 공부하는 사람들 다 알 것이다. 나는 삼색의 색연필과 검은색, 홍매색 두 자루의 하이테크가 없으면
진정 그래프를 그릴 수가 없다. 이렇게 복잡한 것을 검정색 하이테크에게만 그려달라 하는 것은, 정말 안되는 일인데
상미땜에 난 어제 시꺼먼 그래프를 하루 종일 그려야 했다.


상미 필통을 보니 하늘색 하이테크가 두 자루 있었다.
한자루 몰래 훔쳐서 오늘 학교 가져갔다.
그래프 그리는 게 두 배는 수월하겠군 하는 생각으로 즐거워 하면서.


그러다가 하늘색 펜을 꺼내 실로 글자를 쓰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 글씨들 왜 이렇게 색깔이 이상하지?


그동안 분홍색 글씨에만 익숙해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특히 여자들은. 필통안에 있는 펜이 무엇이냐에 따라 노트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색이 결정되어 버린다.
난 홍매색 하이테크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때문에)

하늘색 글씨를 보고,
이거 꼭 언젠가 티비에서 본 보라색 브로콜리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어디 먹겠어? 이런 느낌말이다.

애들한테 야채를 먹이겠다고 특이한 색의 야채를 개발했단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나온 게 보라색 브로콜리.



그때의 느낌이었다.
색깔이 너무 이상해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본것처럼 하늘색 글자들이 낯설다.


난 그동안 분홍색 글자를 쓰고 거기에 익숙해 지면서
그것이 edible하다고 생각해왔나보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