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23, 2004

the reason behind my being 메뚜기 forever

어제 중도 오층에서 아침부터 메뚜기로 활동했다.
정말이지 그날은 아침 일찍이 와서 자리를 단한번이나마 맡아보려고 했었는데
절대 일어날 수가 없었다. 새벽 여섯시까지 와서 자리를 맡는다는 그들이 정말로 존경스러웠다.

나는 메뚜기로서 비교적 성공하는 편이다.
메뚜기란 것이 원래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자리를 빌려 쓰는 것인데
경험에 의하면, 한번 자리를 비운 사람은 오랜 시간동안 자리를 비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잠시 화장실 간 사람정도가 아닌 바에는 (이런 사람은 책상 위에 그렇게 씌여있다)
그사람이 자리를 비운 이유는, 밥먹으러 나가서 영영히 놀고 있는 것이거나
친구가 애써 맡아준 자리 와서 지키지 못하고 여태 학교 안온 경우거나 뭐 그렇다.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그러나 메뚜기 추방을 위해서 책을 펼쳐 연필 하나 쯤을 올려놓는 불친절은 잊지 않는) 책상에 자리를 잡으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뒤늦게 나타나는 주인은 가방을 곧 싸서 집으로 가버리기 일쑤다.
여태껏 그들에게 자리를 비우게 만드는 이유,
그 이유에 붙잡혀 올라오지 못한 그들,
그런 그들은 다시 그 이유로 회귀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어제 내 주인도 오자마자 가방 싸고 집으로 갔다.
웃긴 건 아까 연주가 자릴 하나 맡아줬는데 잠시 비운 사이 내 자리에 어제 그 여자가 앉아있는 것이었다.
어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으나, 난 어제 그 여자가 해준대로
가방을 챙겨 집으로 가 줄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음을 미안해 하다.


내일 시험인데,
내일 시험은 좀 잘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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