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인생이,
길지 않았으나
여태까지의 자취로 미래가 예측 가능키도한, 절망적일 때가 있다.
엄마보다 살림에 대해서
더 빠삭해진 나.
옛날, 아주 오래전부터
내 눈엔
냉장고 구석에 있던 크림치즈에
시퍼렇게 곰팡이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자동적으로,
그리고 엄마가 과연 저것을 알아차리고 조치를 취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
꾹꾹 냉장고를 열때마다
치솟은 슬픔을 눌렀지만.
도저히 할 수 없어
더욱 만신창이가 된 크림치즈를 내가 치우는 일.
그러나 더욱 실픈 것은
엄마는 이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
가생이가 시퍼런 새로운 종유릐 두부가
진공포장되고 유통기한 무기한인채로
냉장고에 있었다고 편히 생각하는
엄마 덕에-
혹은 역시 냉장고 맨 안쪽에
오래전부터 국대접 안에 담겨 있던 두부.
처음 며칠간은 담겨있던 물을
내가 갈기도 하고
부러 눈에 띄도록
앞쪽으로 끌어내놓게 재정비도 한다.
결국 밀려 두부는 다시 구석에 처박히고.
어느날 엄마는 또다시,
마치 어제 사서 남겨논 두부인 양
고놈을 꺼내
'쉰두부' *gross*가 가미된 된장찌개 등을 끓이는 일
내가 '이 두부가 그 두부다'로 아무리 설득해도
'아니다. 이거 며칠 전에 사논 두부'라며
거짓인지 진실인지를 주장하는 엄마
아마 내 마음속에 있는 엄마를 향한 슬픔은
이런 종류의 좌절에서 비롯된 것들이 틀림없다.
엄마와 관계된 슬픔과 서러움은
이 감정과 너무 유사하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주말에는 무슨 특별 면죄부를 쓴 양
자유로워지는 동생 김양과는 반대로
나는 깊이, 더 깊이
이러한 자질구레한 것들에
엄마보다 더욱 박식해지고 있다는 것.
이것이 요새 나의 삶의
큰 좌절이냐고 물으면
거의 엇비슷하다고 할 것이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