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pril 15, 2005

Ms. Park

광화문
교통. 혹은 길건너기 불편한 곳에 위치한
Societe Generale의 서울 지점에
계약서에 사인한 것을 갖다주러 갔다, 어제.

박수경 부장님은
지난번에도 그렇고 어제도 그렇고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낱낱이 훑어보는데 꼭 고등학교때 교련선생님같다.

때론 시선이 목걸이에, 가방에,
나의 감추고 싶은 복부 등에 차례로 꽂힐때마다

"왜 이렇게 사람을 훑어보지"하고 당황스럽다.
그래서 지난번엔
'아이쿠. 왜이렇게 쳐다보세요'
그랬더니
'아니 그럼 대화를 할 때 쳐다보고하지...'라고 하셔서
나를 약간 당황하게 하셨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광화문까지 왔으니
어제 선희가 당부한대로
' 그 책' 을 꼭 사보려고 교보문고로 갔다.
알량한 P&G 인턴사원시절의 월급을
아껴쓰고 근근히 연명하는 나는
그나마 통장에 잔고가 얼마나마 있어
요새 가끔 충동구매를 한다.
DVD를 오천원씩 팔길래 왕창 사버렸다.



이상하게 보고 싶은 영화들은
내내 언제나 wish list를 차지할 뿐
그들을 진짜 봐 나가면서
wish list를 짧게 만드는 일은
나에겐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있다.

아마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고
그 중에서 또한 '보고싶은' 영화들이 많은 가운데
미처 오래된 wish list는 점점 길어지기만 할뿐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설이 길었으나,
사춘기 시절,
내가 좋아하던 동숭아트센터에서 상영하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은
내 wish list에 꽤 오래 머물렀던 (그러나 지워진 적 없는) 영화였다.
그저, 지금도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올려지는 모든 영화가 다 보고싶어 지듯
괜히 동숭아트센터에서 (극장 나다가 있을 때까지)
큰 포스터를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
날 두근거리게 했던 거다, 이 영화.



데이비드 린치 감독.
멀홀랜드 드라이브.
난 감독을 잘 알지도 못하고
솔직히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이해 못한채로 봤다
호주에 있을 때 flatmates와
함께 보느라 영어로 봤기 때문이다-_-

기억에 남는 거라곤
여자 배우들의 나체와
온갖 환타지가 가득해
정신을 혼미하게 했었다는 것.
어떤 영화들은 때론 너무 straight forward해서
영화를 보고 나도 그저 흥... 하고 말지만
난 이해력은 떨어져도
끝나도 생각과 분석의 여지가 남겨진 영화들을 선호한다.


얼마 전,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다시 찾았으나
빈약한 컬렉션 가운데
이 영화 있을리 만무했다.


어렸을 땐 그저 빨려들어갈듯한 포스터에
이젠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이라는 이유때문에 보고싶어서 선택한
블루 벨벳.




마농의 샘 & 카사블랑카


둘다 학부때
(오! 내가 학부때... 라는 말을 하다니!)
영화감상문을 제출했던.

물론 지금 보면 그 감상문이라는 것
유치하기 짝이 없는 어거지겠으나
왠지 애착이 간다.


난 카사블랑카는 너무 좋아하는데
요새도 카사블랑카에 나왔던 as time goes by는
귀속에서 맴돈다.


뭐 사오긴 했으나
24시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포장조차 뜯지 못했다.


그런데 왁자지껄한
movie night 같은게 갑자기 그립기도...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