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교통. 혹은 길건너기 불편한 곳에 위치한
Societe Generale의 서울 지점에
계약서에 사인한 것을 갖다주러 갔다, 어제.
박수경 부장님은
지난번에도 그렇고 어제도 그렇고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낱낱이 훑어보는데 꼭 고등학교때 교련선생님같다.
때론 시선이 목걸이에, 가방에,
나의 감추고 싶은 복부 등에 차례로 꽂힐때마다
"왜 이렇게 사람을 훑어보지"하고 당황스럽다.
그래서 지난번엔
'아이쿠. 왜이렇게 쳐다보세요'
그랬더니
'아니 그럼 대화를 할 때 쳐다보고하지...'라고 하셔서
나를 약간 당황하게 하셨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광화문까지 왔으니
어제 선희가 당부한대로
' 그 책' 을 꼭 사보려고 교보문고로 갔다.
알량한 P&G 인턴사원시절의 월급을
아껴쓰고 근근히 연명하는 나는
그나마 통장에 잔고가 얼마나마 있어
요새 가끔 충동구매를 한다.
DVD를 오천원씩 팔길래 왕창 사버렸다.
이상하게 보고 싶은 영화들은
내내 언제나 wish list를 차지할 뿐
그들을 진짜 봐 나가면서
wish list를 짧게 만드는 일은
나에겐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있다.
아마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고
그 중에서 또한 '보고싶은' 영화들이 많은 가운데
미처 오래된 wish list는 점점 길어지기만 할뿐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설이 길었으나,
사춘기 시절,
내가 좋아하던 동숭아트센터에서 상영하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은
내 wish list에 꽤 오래 머물렀던 (그러나 지워진 적 없는) 영화였다.
그저, 지금도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올려지는 모든 영화가 다 보고싶어 지듯
괜히 동숭아트센터에서 (극장 나다가 있을 때까지)
큰 포스터를 발견했다는 사실만으로
날 두근거리게 했던 거다, 이 영화.
데이비드 린치 감독.
멀홀랜드 드라이브.
난 감독을 잘 알지도 못하고
솔직히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이해 못한채로 봤다
호주에 있을 때 flatmates와
함께 보느라 영어로 봤기 때문이다-_-
기억에 남는 거라곤
여자 배우들의 나체와
온갖 환타지가 가득해
정신을 혼미하게 했었다는 것.
어떤 영화들은 때론 너무 straight forward해서
영화를 보고 나도 그저 흥... 하고 말지만
난 이해력은 떨어져도
끝나도 생각과 분석의 여지가 남겨진 영화들을 선호한다.
얼마 전,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다시 찾았으나
빈약한 컬렉션 가운데
이 영화 있을리 만무했다.
어렸을 땐 그저 빨려들어갈듯한 포스터에
이젠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이라는 이유때문에 보고싶어서 선택한
블루 벨벳.
마농의 샘 & 카사블랑카
둘다 학부때
(오! 내가 학부때... 라는 말을 하다니!)
영화감상문을 제출했던.
물론 지금 보면 그 감상문이라는 것
유치하기 짝이 없는 어거지겠으나
왠지 애착이 간다.
난 카사블랑카는 너무 좋아하는데
요새도 카사블랑카에 나왔던 as time goes by는
귀속에서 맴돈다.
뭐 사오긴 했으나
24시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포장조차 뜯지 못했다.
그런데 왁자지껄한
movie night 같은게 갑자기 그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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