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April 12, 2005

just today

어제 수시간동안 나의 진을 쪽 빼놓은 인터뷰를 마치고
어젯밤, 그리고 오늘 오후까지 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질 않았다
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현진이가 돌아올 때 까지는.

현진이는 학교에서 오자,
몽이 데리고 주사 맞히러 가가조 재촉하는 바람에
나는 눈을 떴다 감았다 하다가 결국 일어나게 되었다.


저녁 나절에는
요새 들어 역사적으로 (5년간) 가장 자주 만나고 있는
아리를 잠깐 만나
영화를 봤다 마파도.
영화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홈페이지를 만들 때가 왔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아, 이젠 저 지겨운 구닥다리를 벗어나서
좀 세련되고 예쁜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호주 가서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앨범에 꽂혀 책장에 가지런히 누워있는데.
내가 필름 카메라를 그토록 고수했던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를 살 돈이 없었기도 했지만,
뭔가 중요한 것은 결국 물리적으로 남는 필름 카메라로 찍어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이었다.

손쉽게 인터넷에 올리고
아무나 와서 볼 수 있는 것도 싫었다.



별것 아니긴 하지만
누군가 내가 찍은 사진을 볼 사람들은
내가 집으로 직접 초대하고,
앉아서 얘기도 하고 설명도 해주면서
느긋한 오후를 함께하고 싶은, 그런 사람들이기를 바랬기 때문에
꿋꿋이 필름 사진을 찍었었다.


또한,
늙어서 더이상 홈페이지 따위엔 신경도 쓰지 못할 나의 노년에는
인터넷에 업로드 되어있는 사진이 아니라
앨범에 꽂혀있는 필름 사진을 보며
옛날을 추억하게 되리라는 가상적인 시나리오도 한몫 했다.


이제 생각이 좀 바뀌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아무도,
초대하거나 초대받거나 하질 못해
꿈처럼, 바라던것 처럼 내 사진들을 갖고 얘기를 할 만한 사람이
최근 2년간 없었던 것이 제일 크다 하겠다.




여튼 난 벌써 새 홈페이지를 구상했고
대문 사진으로 쓸 사진까지 골라버렸다.
멜번에서 만난 예쁜 서점 사진



길거리에 정원영 공연 포스터가 붙어있는데
가고싶더라.
옛날에 정원영님을 보았던 게 아마 긱스 콘서트때였나보다.
아름다운 정원영!


낮잠을 잔 하루여서 그런지
약간 비현실적인 하루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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