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왔다
가히 쏟아졌다고 해도 좋겠다
어젯 밤에는 후두둑 왔다, 갔다, 하는 빗소리 때문에
몇 번을 깼다
결국 다섯시 쯤 한참을 뒤척이다가
맞추어 놓은 알람은 무시하고
막내가 학교 갈 준비하느라 시끄러울 무렵에서야 일어났다
이렇게 구덕구덕한 (!) 날에는
정말 하고 싶은게 없는 게 소원인데 말이지
우리 집에 아무도 못오게 문을 막아놓고
하루 종일 혼자 있고 싶은데
그게 안되면 그냥 내가 나가야지...
며칠 전에
집에 돌아오는 늦은 버스 안에서 루시드 폴의 노래가 나왔다
정아 언니가 그를 너무 좋아한다고 해서
유심히 들었는데
아, 정말 좋았다
'보이나요' 라는 노래였는데
특히, 어쩌면 이런 피아노 소리가 나나 너무 신기했다
어제 외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밖에서 또 다시 이 노래가 나왔다
비포선셋 보다 좀 훨씬 덜 로맨틱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2년 전에 뉴질랜드에서 기차여행 했을때 만났던 할아버지가
어제, 한국에 왔다고 전화가 왔다
간단히 통화하고 오늘 잠시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말이다
'와. 정말로 전화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이랬더니
' i told you...'란다
이런 식의 약속 지킴, 너무 정직해서 좋았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야
나이는 칠십이 넘었는데
러시아에서 기차타고 대륙을 횡단하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속초까지 페리를 타고 온 후
서울에 놀러온 이 할아버지,
앞으로 남극 여행만 하고 이제 여행은 그만할 거라고 하는데
어쨌든 부럽다
뉴욕이나 보스턴에 오면 자기한테 꼭 연락하라고 했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수 없지만
이번에는 꼭 그러련다
연락해, 라는 말에
이런 식으로 정직하게 반응 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 할아버지 같은 사람때문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는 것 같다
어쨌든 비가와서
센티멘탈한 오후다!
3 comments:
특히 lucid fall의 노래는
오늘 딱 어울렸다
오늘 저녁은 그야말로
lucid fall같았으니까
1집이 더 좋아.
내게는..
경력, 빠방한 레이블, 지지자의 확대.. 뭐 이런 것들보다 '초심'이라는 게 더 우월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그런데 그 할아버지 정말 멋있다. 이런 게 로맨틱이 아니고 무어겠니. 그게 낭만이지.
그 할아버지 대단한걸.
난 몇일전에 회기역에서 용산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우연하게 Moldova라는 나라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여자 아이를 알게 됐어.
떠듬거리는 영어로 대화했는데, 신기했당~
원래 말을 먼저 거는 타입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쪽에서 말을 걸어달라는 눈빛을 보내서^^(원래 이런건 남여 사이에 있는건뎅 ㅋ)
암튼 서로 이멜도 주고 받았는데, 아직도 연락을 안하고 있다...
부지런하지 못해서 말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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