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하철 안으로 카트를 밀고 들어오는 아저씨
촌스럽게 생긴 헤어밴드가
수북이 쌓여있는데
들어와서는 이것을 '효리밴드'라면서 자랑스럽게 팔고 있다
한 십 년 전쯤부터
이런 헤어밴드를 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게 된것 같은데
새삼스럽게 이렇게 촌스러운 것들이
효리 이름을 보고 다시 빛을 보는가 싶어서
새삼 그녀, 혹은 유명인의 영향력에 대해서 놀람
옛날 '신데렐라' 에서
이승연이 갖고 다녔던 촌스러운
곰모양 크리스탈 (을 빙자한 플라스틱 가짜가 난무하는) 열쇠고리가 생각났다
평소에 '저렇게 못 생긴 건 도대체 누가 살까'
내내 생각해왔던 그 열쇠고리는 이승연 덕에
그 해 여름 거리에 넘쳐났다
설사 그것이 진짜 크리스탈이었다고 해도
그런 디자인은 없어져야 할 디자인 1호 정도로 꼽을 만큼
싫어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원래가 촌스러운 것들은
이렇게 한번
자기네 인생에서, 다시 올수 없는 기회를 만나면
그야말로 필사의 발악을 하는가보다, 생각했다
안그러면 ....
안되겠지, 걔네는 ...
2.
하드렌즈를 끼기 시작 한지 한 삼일 쯤 됐나
아프고 눈은 빨개지고 걸리적 거리고
뭐 이런걸 끼어야 할까,
이게 언젠가는 도대체 자연스럽게 느껴질 날이 올까,
고통스러운 적응기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 세일할 때 산 까만 구두는
6cm의 굽에도 불구하고
너무 편하게 잘 맞는다
처음 구두를 신을 때 '걷지 못할 정도로' 발을 아프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적응기가 얘에겐 없었다
이렇게
아픈 것을 참고 적응 해야 하는 것들과
아플 줄 알았지만 전혀 편안하게 처음부터 잘 맞는 것들,
두 가지를 몸에 걸치고
타박 . 타박. 걸어오며 마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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