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09, 2005

one to seven

libra Posted by Hello


1.
페이지에 사진이 한 장도 없으면
너무 무미건조할 것 같아서
스캔해 두었던 마지막 사진을 업로드.
참, 나 천칭자리여서
이건 천칭은 아니여도 왠지 친근한 사진이네

2.
아아아.
할머니를 병원에 보내고 난 후 드는
이 적막감+평온함+집중력.
어버이날이라고 할머니께서 올라오셨는데
기차타고 올라오신 할머니는
무슨 이유에선지
작은아빠와 고모들에겐, 아빠가 토욜 저녁에 운전해 내려가서
할머니를 모셔왔다고 뻥을 치셨다.
그래야할 이유가 별로 없는 상황인데, 할머니가 이런 거짓말도 하시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가끔씩 손을 휘휘 저어보아도
거기에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는 느낌이 들어.
발을 땅바닥에 딱 붙이고
인간 콤파스가 되고, 반지름은 내 팔만큼이 되어서
운동장 한바퀴를 휘휘돌아보아도
그만큼, 내 팔이 닿는 만큼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빈 느낌.



4.
할머니가 오셨다고 집에 오신 작은아빠와
할머니

이렇게 세 사람의 점심을 차려먹고 설거지를 하다가
유리컵 하나를 깼다.
가끔 생식을 타먹을 정도로
크고 깊은 유리컵이었는데
어느새 요것들이 다 사라졌나 싶었더니
이렇게 내가 다 깨버렸나보다.

"유리컵 깼어요."
"비싼놈?"
"아뇨. 우리 집엔 비싼컵 없어요 할머니."


할머니의 말씀을 잘 듣고 있으면
그대로 옮겨놓으면 소설이 되겠다 싶도록
재밌는 발화가 얼마나 많은지.


5.
막상 어버이날엔 큰 불효를 해서
아빠한테 이마 두 대 맞고
침대 위에서 뭉개지기도 했다가
술 드신 아빠의 얘기를 한참 들어야 하는 곤욕도 치렀다
이게 뭐니, 스물 다섯 살이나 먹어가지고.



6.
왜 이렇게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느냐.
원래부터 보리가 익을 때 까지
한 차례 서늘한 날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
보리가 누렇게 익을 때까지
솜옷 한 벌씩은 넣지 않고
남겨놓았다고 한다

나의 얘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FM 풍류마을에 사는
오정혜의 얘기다



7.
그 때 선미랑 얘기할 때 평안했단다

어젯밤에 나를 평안하게 했던 친구의 SMS

억울하도록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한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가끔 분에 찬 평안함을 얻기도 한다

2 comments:

Anonymous said...

선미야
갑자기 니 블로그가 생각나서 함 들어왔는데..이거 넘 어렵다..ㅋㅋ
어케쓰는건지 당황스럽네..

암튼 니글엔 Sentiment가 있어서 좋구나.. 종종 들를께!~~

재영.

Sunmi said...

thanks for the compliment!
당황스럽긴 해도 그래도 이쁘지 않나요? ㅋㅋㅋ 남들 당황시키는 재미도 쏠쏠하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