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죽 사먹으러 현진이랑 걸어가는 길에
현진이가 자작시를 들려줬다.
>> 언니 내가 지은 시 들려줄까?
>> 제목. 봄. 김.현.진.
내용은 약간 진부하였지만
연마다
퐁퐁퐁
펑펑펑
톡톡톡
하는 의태어가 들어있었는데,
그래, 봄은 이렇게 귀여운 말들로
대변되고도 남음이 있는,
아름다운 때이다, 라는 걸 깨우쳐 준다.
너. 시도 짓는구나.
>> 나 시 많이 지어. 일기 쓰기 싫어서.
( 일기 대신 쓱쓱 지은 자작시로 일기장을 채운다는 뜻)
그런데 어떻게 이걸 다 기억해?
>> 이건 좀 기억에 남아.
그냥 그 순간이 좋았다.
현진이 시도 듣고,
9월에 홍콩에 디즈니랜드가 생기면
꼭 놀러오라는 말도 하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는 반신반의 하며)
자기는 놀이기구 타는 것이 무서워서
아마 별로 재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현진이랑
그렇게 깔깔깔 언덕길을 올라갔다.
여름 저녁은
가슴이 멍든 긴 한숨같다고 했던가?
멋지다! 고 생각했던,
여름 저녁에 대한 정아언니의 코멘트를 떠올리면서
오늘 저녁을 기억하며 여름 저녁을 좋아하게 될 지 모르겠다고
잠깐 생각한다.
죽 먹으러 갔는데
반찬으로, 잘게 다진 오징어 젓이 나왔다.
전에 상미랑 왔을 때도
똑같이, 아주 잘게 다진 오징어 젓이 나왔었는데
형체로는 도저히 오징어 젓임을 짐작할 수 없게 생겼다.
나는 간장 대신에
죽에 간 해먹으라는 건 줄 알고
한참을 죽에 넣어 먹다가
한그릇 다 먹을 때쯤에야
그것이 오징어젓임을 알았었다.
현진아. 이게 뭔 줄 알아?
>> 오징어 젓.
어떻게 알았냐?
>> 나도 이게 뭔가 해서 여기 쪼금 먹어봤는데 오징어 젓이더라
다 먹고 나서
디저트로 검은 냉차가 두잔 나왔길래
현진아 이거 뭔 줄 알아?
>> 매실차지?
난 속으로 수정과겠거니 생각하고 들이켰다가
매실차인것을 알고 당황했는데 -_-
어떻게 알아? 난 수정과인줄 알았는데.
>> 가에게 푸르스름하잖아.
>> 나도 수정관 줄 알았는데
>> 보니까 매실차같이 생겼네.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 언니 포리지 (porridge)가 뭐야?
어. 죽이라는 뜻이야.
그것 하나로
언니 체면 살렸다,
겨우.
1 comment:
하하
그건 나의 코멘트가 아니라 작사가 김유나의 코멘트다. 박정현-바람에 지는 꽃.
내 홈피의 폴더이름도 거기서 따온 것인데.. 매번 이렇게 변명해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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